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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Punctum

가끔은 긴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만한 매체라고는 이글루스 밖에 모른다.
네이버는 옛날부터 적응을 못했고, 이제 대부분의 매체가 망해 버렸네….

막상 에디터를 켜도 트위터에 쓰는 거나 다름 없는 글을 쓰고 있지만 가끔 그립다.

암왕 책 그림자

암왕 1 - 8점
장경 지음/로크미디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사고사고 또 사서 책이 한 짐인데, 거기다 저런 책이 왔으니 바로 읽힐 리가 있나요. 한 페이지 읽고 한참을 던져 놨다가 리뷰 마감이 다 되어가는구나 싶어 보니 이미 지나버렸더군요.;

뭐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딱 읽을 타이밍이 되었다 싶어서 꺼내어 읽어보니 이것 참 겉보기보다 훨씬 재밌는 책입니다.

음,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무협지로는 《암왕》이 두 번째입니다. 전에 읽은 책은 제목이 기억 안 나는 세 권짜리예요. 나도 무협지나 볼까 하고 빌려봤더니 이게 정말 저질 무협지의 거의 모든(!) 클리쉐를 총집합한 녀석이라서 어린 마음에 히죽대며 “역시 무협은 별 거 아니었군.”하고 내려놓았지요.

《암왕》 같은 경우는 아마 가만히 있었으면 평생 제 목록에 들어올 일이 없는 책일 겁니다. 좌백님이던가 진산님이던가 이 책이 재간된다고 추천하셨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분이신지는 기억에 없군요. 게다가 마침 또 이글루스에서 렛츠 리뷰 신청을 받길래 신청을 넣었습니다.

산 물건도 없는데 택배가 왔다기에 깜짝 놀랐지요. 그렇게 도착한 암왕은 참. …

무식하게 생긴 책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 이 판형으로 나올 모양인데, 두께를 줄이는 편이 좋겠더군요. 워낙 두꺼운 책이다 보니 펼쳐서 쥐고 있기 꽤 곤욕입니다. 한 두 시간 읽으면 손가락 떨어질 것 같아요.; 제가 책을 그리 느릿하게 보는 타입은 아닌데 암왕이 은근히 시간을 잡아 먹는 책인 점을 감안하면 이 단점은 더욱 크게 보이네요.

내용은 글쎄요. 소설 리뷰라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예전에는 없던 버릇인데 지금은 책을 읽다 보면 책을 넘겨 언제 나온 책인가 뒤져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 책이 언제 나온 책인지 알고, 감안해서 봐야 하는 책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아마 이 책이 90년대에 나온 책이라는 걸 모르고 봤으면 그 평가는 좀 더 엄격해 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분께서는 악약과 강량을 엮어주고 나서 내력이 소진 되셨는지, 그 이후로 꽤 한참 동안 이야기가 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합니다. 그 전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내용 자체는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르겠네요. 궁지에 몰린 남녀의 연애담. 그러고 보면 지난 10년간 우리는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와서 읽기에는 좀 객쩍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만 변했을지도 몰라요. 10대와 20대가 다른 만큼 20대와 30대도 달라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과 젊은 시절을 함께 했다면 다시 읽기에 그리 나쁘지 않을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책 목록에 들어가는 류의 책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읽는데 시간도 조금 걸렸고, 흥미도도 낮아서 내실없는 감상이 되었군요. 아, 저는 무협의 배경이라고는 9대문파, 그나마 아미, 무당, 소림 정도 밖에 모르고 주화입마 정도의 용어 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읽을 만 했습니다. 다른 분의 리뷰를 보니까 9대문파가 탈탈 털리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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